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눈을 들어 들판을 보면 파란 풀이 가득 덮힌 것이 곧 초록이 짙어질 태세입니

다. 추운 날씨도 걷혀서 낮에는 여름의 온도를 느낄 정도입니다. 두꺼운 옷으로 꽁꽁 무장하고 다니던 이들도 반팔 반

소매로 완전히 무장해제하였습니다. 차가운 날씨를 피해 집안으로 피신시켜 놓았던 화분들도 모두 밖으로 나왔습니

다. 이곳 어스틴의 봄은 특별히 포근함을 줍니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도로 주변 숲이나 들에는 바닥이 벌써 초록이 채

워지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나무가지들은 잿빛이지만 바닥은 환한 초록인 것이 마치 카펫을 길게 깔아놓은 듯 보입니

다. 그래서 푹신한 그곳에 한번 누워보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새봄이 성큼 곁에 다가왔습니다.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큰 추위없이 부드럽게 지났습니다. 그래서 봄도 부드럽게 오는 모양입니다. 필자의 집 뒷뜰에 작은 도마

뱀이 살고 있습니다. 벌써 몇대째 사는데 자식에 자식이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 집에 산지 이십년이니

해마다 똑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 분명 후손들일 것입니다. 매서운 추위에는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지 알수

없지만 날씨만 따뜻하면 틀림없이 등장합니다. 어떤 때는 창문에 붙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생물관찰 수

업을 제공해 줍니다. 작은 벌레들을 잡아 먹으면서 사는 녀석은 왜 유독 사람이 사는 집을 자기 영토로 삼고 있는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천적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에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고 여긴 것이 

아닐까 짐작을 해봅니다. 그리고 얼마나 빨리 달아나는지 잡을 수도 없습니다. 뒷뜰에 내놓은 화분이나 복숭아나무 

가지에 거의 매일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는 것 같습니다.

도마뱀도 종류가 많은데 우리집 뒷뜻에 사는 귀여운 도마뱀은 사람 손가락 하나 크기정도 됩니다. 다 자란 성체가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새끼들은 밖에 나오는 일이 없는지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가끔 도로변 대형광고판에 한 보험회

사 로고에 나오는 마스코트가 바로 그 귀여운 도마뱀인데 우리집 뒷뜻에 사는 도마뱀이 바로 그 녀석입니다. 아마 이

곳 텍사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종류라서 마스코트로 사용했나 봅니다. 거의 이십년간을 보다보니 이제는 정이 

들었는지 새봄에 보니 반갑습니다. 주변 생태계가 여전히 건강하다는 신호이니 뜰에 피는 풀과 함께 귀여운 도마뱀의

출현은 올해도 건강한 계절이 순환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습니다. 수년전에 울타리 밖에 달래향이 진동하기에 일부

를 뽑아서 뒷뜰 안에 옮겨다 심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봄이 되면 심었던 그 자리에서 달래들이 무더기로 자랍니

다. 매운 달래향으로 눈물이 날 정도인데 벌써 매콤한 향이 나는 것을 보니 봄이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때는 뽑아

서 나물로 묻혀 먹어도 보았지만 이제는 그대로 향을 음미합니다.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더 쓸모가 있습니다. 크지도 

않은 작은 뒤뜰에도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동물과 식물이 때를 따라 등장하며 계절의 향이 쉬지 않고 바뀝니다. 

조금 지나면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될 것입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들이 등장했으니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겠습니다. 화분들을 씻고 뜰에 심을 꽃씨들을 내놓습니다. 봄이면 만나는 작은 것들을 보면서 새봄을 주신 주님의 은

혜의 향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