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교회 앞 도로에 즐비하게 서있는 벗꽃나무에 꽃잎이 환하게 피어났는데 봄을 시샘하는 차

가운 추위가 아침저녁으로 찾아듭니다. 몇주동안 아주 따듯하여 옷을 가볍게 입었다가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다시

두꺼운 옷을 꺼내입게 됩니다. 사실 이곳은 따뜻한 남쪽지역이라서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습니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추운 북쪽이나 따뜻한 남쪽이나 매한가지 입니다. 온도계만 보고 추위를 만만히 보았다가는 큰코 다칩니다. 그래서

사철의 옷이 다 필요하고 때로는 한번에 여러 옷이 다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꽃샘추위가 매섭더라도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힘은 막을 수 없습니다. 땅에는 풀이 자라기 시작하고 나무가지에는 꽃잎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어서 차가운 날씨가 도리어 봄을 더 봄스럽게 강조해 줍니다. 분명 온도는 겨울인데 시각은 봄이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대조적이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가장 봄스러운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따뜻한 봄만큼이나 차가운 봄 역

시 아슬아슬한 봄의 느낌을 물씬 풍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날씨가 아주 따뜻하면 집밖에 내놓은 화분의 화초들은 걱

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면 화분을 다시 실내로 옮겨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며 염

려하게 되는데 추위가 도리어 화초의 존재를 더 부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조가 도리어 존재감을 드러내게 한 셈

입니다. 차가운 기온에서 피어난 벗꽃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염려를 불러일으키는데 혹시 너무 빨리 피어서 얼어죽는

것은 아닐까하여 존재를 눈여겨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인생의 봄에도 꽃샘추위는 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가 갑작스럽게 옴츠러들게 하는 상황이 찾

아오기도 합니다. 예견할 수도 없고 대비할 수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얼어버린 상황에 처음 겪는 이들은 무척 당황하

게 됩니다. 너무 쉽게 시작했나하는 후회가 밀려들기도 하고 이러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하여 근심하

게도 합니다. 철모르고 뛰어든 것은 아닌가 하고 의기소침해 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언제나 위험과 장애

물이 따르고 넘어야할 고개도 있습니다. 어쩌면 시작하면서 겪는 꽃샘추위 같은 어려움이 도리어 긴장을 주어 건강하

게 일을 해나가는 힘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실패의 주요원인은 자만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움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오래 진행되면서 방심하다가 크게 넘어지면 회복하기가 힘듭니다. 처음부터 조금씩 넘어져 보면 매사를 신

중하고 충실하게 밟아가는 습관이 몸에 배여서 강력한 도전에도 쉽게 넘어지거나 포기하지 않는 건강한 맷집(?)을 만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한다는 말은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실패해

보는 것은 후에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기에 감사히 여기는 것이 좋습니다. 꽃샘추위를 견딘 꽃들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건강한 꽃들로 자라서 주변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가로수가 벗꽃인 경우 만개하면 주변의 풍경을 단숨에 관광지

급의 경치로 바꿔놓습니다. 차를 달리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봄의 기운을 모든 이들에게 스며들게 합니다. 그렇

게 하나님의 자녀된 우리도 인생의 꽃샘추위 쯤은 거뜬히 이겨내고 믿음의 향기를 아름답게 피워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