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내 교회 앞뜰에 백일홍이 만발하였습니다. 백일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인데 백일이 넘었는데도 시들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붉고 진한 꽃잎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이곳 텍사스의 여름은 뜨

겁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여름에 꽃을 감상할 여유가 없습니다. 에어컨이 없으면 긴급사태일 정도로 뜨겁습니다.

다행히 그런 혹서의 날씨로 인해 거의 모든 건물에 에어컨이 장전되어 있고 성능도 좋습니다. 하지만 새벽이나 밤에

는 그래도 서늘하여 걸을만 합니다. 교회 뜰에 심겨져있는 백일홍 꽃밭에 잠시 서서 감상하는 이들을 종종 봅니다.

아침마다 물을 충분히 주는 집사님 덕분에 꽃들이 늘 싱싱합니다. 아예 호스로 물을 듬뿍 뿌려줍니다. 교회에 출입하

는 분들마다 백일홍을 항상 마주합니다. 키가 얼마나 커졌는지 아이들 키만큼 컷고 어른들 허리나 가슴 높이까지 자

랐습니다. 초여름에 자라기 시작하여 이제는 초가을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십개의 꽃봉오리중에 벌써

몇개는 씨를 맺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참새인지 들새인지 모르지만 새들이 무리지어 내려와서 씨를 쪼아 먹습니

다. 꽃보려고 오는 사람만큼 씨먹어 오는 새들까지 뜰앞의 백일홍은 아무튼 사람이나 새들이나 모아들이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꽃길만 걷는다는 요즘 유행어처럼 교인들이 날마다 꽃길(?)을 걷습니다. 새벽마다 기도하러 오는

이들은 날마다 꽃길을 걷고 적어도 한주에 한번은 주일예배오는 이들도 꽃길을 걷습니다. 주와 같이 길가는 것 즐거

운 일 아닌가 라는 찬송가사가 저절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아름다운 꽃은 우리의 정서를 풍성하게 해주기에 누구나

시인이 되게 해줍니다.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밸류입니다. 성전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하신 주님을 생각하면

그 집에 들어가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오게 하는 수고를 백일홍이 오늘도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

자는 올 여름내내 우리교회 앞뜰에 보초(?)서는 수고를 한 백일홍중대(?)에 마음으로 성전문지기(?) 라는 직함을 주

었습니다.

주의 성전에서 한 날이 세상에서 천날보다 낫고 성전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다고 했던 다윗왕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최고의 권력를 가진 이가 성전 사모함이 커서 성전문지기를 부러워한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해 성전보다 하나님을

사모한 것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좀더 실감나게 표현한 것입니다. 어디에나 계신 하나님이신 것을 잘 알지만 특별히

성전은 하나님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장소이므로 시공간의 제한을 받는 인간으로서 세상에서 영적으로 가장 편안하

고 은혜로운 공간이 성전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자녀에게 중하고 귀한 장소에 심겨진 백일홍이라

니… 얼마나 기막히게 좋은 장소에 심겨져있는지 모릅니다. 꽃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얼마나 귀한 자리에 심겨져 있

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도하고 찬송하는 이들이 자신들을 스쳐지나면서 신령(?)한 기운을 조금은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뜨거운 여름도 지나고 가을이 찾아오면 백일홍 중대로 주어진 미션이 끝나고 하나씩 시들어지고 사

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에 하나님의 자녀들의 마음에 열정과 환한 미소를 불어일으켜 준 공을 하늘

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꼭 기억하실 것같습니다. 고달픈 인생길에 열정과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백일홍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누구나 그런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