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02 08:21
쉼터 예배당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3,832  
목회단상 2013. 11. 3.
 
  필자예배당이 모처럼 샴푸청소를 하였습니다. 카페트가 뽀송뽀송하고 실내가 향기가 진동하는 것이 아주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머리결을 샴푸해도 기분이 상쾌한데 교인이 쓰는 예배실을 샴푸하니 마음이 더욱 새롭습니다. 교인들이 자신의 집처럼 아끼고 가꾸는 예배당이고 보니 매일아침 성전에 들어갈때마다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화초들도 싱싱하고 집기들도 반듯하고 바닥은 광이 번쩍번쩍 납니다. 날마다 교인들의 사랑의 손길이 예배당 전체 여기저기에 묻어납니다. 아마 어떤면에서 보면 자기집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라 여럿이 쓰는 공간이기도 하고 교인전체가 거의 날마다 출입하는 곳이다 보니 가장 보기좋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필자교회는 글자로 쓰여진 현수막이나 구호가 없는 대신 실내에 기독교전통상징을 담은 은은한 색갈의 예전배너들이 걸려있고 통로의 좌우에는 성화액자들이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문자가 가진 직설보다 상징이 가진 간접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행사때 선물로 들어온 꺽다리나무들과 교인들이 집에서 키워 담아온 작은 화분들도 예배당 구석구석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배당 전체가 밝고 아담한 수도원에 들어온 것처럼 따뜻하고 차분해집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외딴곳의 중세의 맛이랄까… 그래서 영혼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마음의 휴양지가 되기도 합니다.
 
    거의 하루도 쉬지않고 소그룹모임들이 그 안에서 모여지기에 한밤중을 제외하고는 늘 교인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물론 주일아침에는 온교인들이 한꺼번에 모이기 때문에 늘 공간이 부족하지만 평일에는 다양한 그룹들이 다양한 시간으로 흩어져서 모이기에 넉넉합니다. 언젠가 낯선곳을 여행하다가 멋진 예배당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마침 문이 열려있어서 혼자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 앉아있는데 얼마나 편안하고 산뜻한지 한참을 조용히 앉아서 기도하고 나왔지요. 그런데 그때의 그 특별한 추억이 지금도 가끔씩 떠오릅니다. 그래서 주님이 내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하셨던 모양입니다. 낮선 나그네도 현실의 짐을 벗어나서 기도하는 자유를 누리고 싶을때 열려지는 바로 그런 곳을 말입니다. 살다보면 사람에게 그만 말하고 하나님께 말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다른 이는 듣지 않고 오직 그분만 들어주었으면 하는 사연도 있지않겠습니까… 필자생각엔 교회예배당은 그런 이들을 위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이 피곤할때… 안식이 필요할때… 인간이 아닌 주님의 위로가 절실할때… 마음을 토하고 회복받기에 적합하게 준비된 공간이 바로 성전이란 자리일테지요.
 
  필자예배당이 고달픈 인생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영혼의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교인들이 예배공간을 정성을 담아 아름답고 향기나게 가꾸는 것을 늘 기뻐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사랑이 담긴 공간에 누군가 위로와 안식이 필요한 이가 찾아든다면 충분히 영적으로 재충전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텅빈 예배당까지 찾아와서 머리를 숙이고 사색을 해야할 인생이라면 분명 주님의 위로가 절실한 상태일테니까요. 사실 사람은 떠들썩한 논쟁에서보다는 홀로 묵상 중에 보다 명료한 문제해결의 답을 찾는 일이 더 많습니다. 여기저기서 모은 다양한 정보보다는 옳다고 믿는 것에 모든 걸 걸고 한걸음 내딛어야 할 때도 있지요. 이때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까요… 문제는 얼마나 오래 고민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고민했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거기에 필자는 주님의 인정을 꼭 받아보기를 원합니다. 그러려면 그분께 마음을 열고 묻고 답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의 대화를 하기에는 경건함의 향기가 가득한 성전이 최고의 장소일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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